디샤인의원

키가 큰 듯함은 몸이 가냘픈 탓이리라. 청실 홍실로 사리를 엮은 것은 가냘픈 여자의 손이 분명하다. 승재는 맨처음 제가 짐작했던 것은 어디다 두고, 뒤삐어지게 후닥닥 놀라서 들이 허둥지둥 야단이 난다. 승재는 관청 운운의 그 어휘는 몰랐어도, 아무려나 면서기도 채 아닌 것은 사실인지라, 아니라면서 고개를 흔든다. 승재는 계봉이의 뒤를 따라 들어가다가 말고, 잠깐 거기 모여 섰는 사람들더러 뉘게라 없이 떼어 놓고 묻던 것이다. 계봉이는 그래 선뜻 의아해서 주춤 멈춰 서는데, 인기척을 듣고 모여 섰던 네 사람이 죄다 고개를 돌린다. 순영이나 여기 모여 앉은 그 동무들의 불평과 아귀스러움 주 잡스러움. 이번에야말로 그 무거운 입이 떨어졌다. 가라앉은 초가집은 무거운 떡가루 짐을 진 채 그대로 찌그러질 듯하다. 청년은 여전히 입을 쭉 다문 채 황홀히 넋을 잃은 사람 같다. 참 별일도 다 많다고 우두커니 넋을 놓고 앉았다. 과자를 내 놓고 마루 아래 선 채 유 민호는 인사를 하였다. 검정 양복에 아무튼 민 거나마 누렁 단추를 달았고, 하니 칼만 풀어 놓고 정모 대신 여느 사포를 쓴 순사거니, 혹시 별순검인지도 몰라, 이렇게 여긴대도 그들은 저희들이 방금 길 복판에다가 구루마를 놓았다거나, 술취해 야료를 부렸다거나 하지 않은 이상 순사 아닌 사람을 순사로 에누리해 보았은들, 하나도 본전 밑질 흥정은 아닌 것이다. 하고 어둡기를 기다려 계집애 하나도 데리지않고 뒷문으로 빠저서 삼청동집으로 갔다. 이러구러 긴 이른 봄날도 저물어 갔다. 그 속눈썹 긴 눈을 잠깐 감는 듯하다가 다시 맥맥히 옥문을 바라본다. 또 한번 재우치며 달래듯 애원하듯 여해를 바라본다. 그럭저럭 또 며칠이 지났다. 『아냐요. 난 또 그 후에도 쭈욱 편지 왕래가 있는가 하고… 영심은 후딱 자기 마음속의 비밀이 탄로 난 것처럼 얼굴을 붉혔다. 어멈은 고개를 기우뚱기우뚱하더니 좋은 생각이 금시로 떠올른 것처럼 얼굴을 번쩍 쳐든다. 자기의 뿌린 눈물과 말이 바위나 때린 모양으로 아모 보람이 없는 것을 느끼자, 그 부인은 저 혼자 울고 부르짖고 하는 것이 남볼상 사나운 생각이 났다. 그 옳은 길을 모르는 영훈을 뛰어 주고 인도해 주는 것이 자기의 의무요, 슬픈 가야를 위해서 보여 주어야 할 정성이 아닌가---이렇게 생각해 올 때 미란에게는 비장한 감격이 솟고 높은 정신이 싹트기 시작하며 그날 하루는 또 그 생각으로 날이 맞는 것이었다. 수영은 정신이 없는 중에도 고개를 끄떡였다. 굵은 학생들 중에는 순영을 힐끗 보고 의심스럽게 고개를 기웃거리고 두세 번 돌아보는 이가 있었으나 순영이가 모른 체하므로 말도 못 붙이고 저희들끼리만 수군거리며 먼발치서 바라보고 섰다. 이러한 때의 순영이가 돌아 온 것이다.


그러나 공복에 독한 술이 들어갔기 때문에 온 몸이 마비된 흥선은, 자기의 몸을 마음대로 일으킬 수가 없었다. 어쨌으나 이루 다 그 이력서를 내려 섬길 수가 없다우. 영림은 순간, 호다닥 놀라며 혜숙을 얼른 무릎 위에서 내려 앉혔다. 옷보따리를 무릎 위에 올려 놓은 채 우두커니 앉아서 영림은 물었다. 유언 끝에 무어라고 두어 자 더 쓰려다가 연필로 까맣게 뭉개어 놓은 것이 있다. 넓적넓적한 잎사귀가 치마폭 같이 너울거리는 파초 화분, 묵은 등걸에 흰 꽃을 발라 놓은 듯한 매화 화분들, 여섯 칸이 넘는 마루가 빈 구석 없이 제 구격을 맞추었다. 책상 대신으로 양탁자가 섰는데 가지각색 사기와 유리 그릇이 차곡차곡이 쌓이어 제각기 제 독특한 무늬와 색채를 발 한다 한복판을 차지한 . 그 예쁜 고깔들은 저를 만들어준 주인 대신으로 이런 말을 하는 듯하였다. 대뜰까지 뻗은 그 길은 마당에 서투른 사람을 위하여 마치 갈 곳을 지시하는 듯하였다. 그 밑에 쭈그렁 바가지처럼 오골쪼골한 보살할미가 개다리상에, 길게 꿴 엽전 타래와 따로 몇 닢 꿰지 않은 엽전을 들고, 까치다리를 야무지게 한 채 당돌하니 앉아 있다. 형걸이는 쌍네의 종종걸음을 쳐서 걸어가던 양푼 든 뒷모양과, 말을 보고 발신하니 웃다가 제 두 눈과 부딪치자 웃음을 거두던 표정과, 낡은 흰 수건으로 머리를 두른 밑으로 약간 보일락말락하던 해에 그을지 않은 살커리가, 얼마나 희고 보드랍던가를 말 위에서 생각해 보고 있었다. 삐쭉한 전신주도 그 멋갈없이 큰 키에 잘 먹지도 않은 분을 올렸다. 그 부인은 자동차를 배경으로 형무소 문을 향해 선다. 운전수는 자동차를 한옆으로 돌려세웠다. 단걸음에 안으로 뛰어들어가야 하겠는데 뛰어들어갈 생각은 생각대로 급한데, 그러자 비로소 제가 의사라는 걸, 의사이기는 하되 청진기 한 개 갖지 못한 걸 깨닫고 놀라, 자 이걸 어떡할까, 병원으로 자동차를 몰고 가서 채비를 차려 가지고 와야지, 아아니 상한 사람은 그새 동안 어떡하라구, 그러면 그대로 들어가 보아야겠군, 아아니 이 사람더러 아무 병원이라도 달려가서 아무 의사든지 청해 오게 할까, 아아니 그럴 게 아니라 가만있자 어떡하나 어떡할꼬… 『팔자가 늘어진 실연 자살 미수자의 눈에는 거렁뱅이의 창자를 십여 개 빌려 갖고 온 줄로 알 거예요! 영애는 웬 영문인지 곡절을 알 길이 없었다. 그러나 가슴에 솟구쳐 오르는 지향없는 울분을 또한 어떻게 처치할 길이 없었다.


명화는 발버둥이라도 칠 듯이 보채다가 문득 병일을 껴안으며 가슴에 얼굴을 비벼댄다. 이 여자야말로 자기의 가슴에 첫사랑의 꽃을 피운 홍영애(洪英愛)가 아니냐. 슬라보니아에서는 찬카르(1876-1918), 쥬판치치(1878-1949)의 2대 시인이 태어났고, 크로아티아에서는 나조르(1876-1949)가 나왔다. 그 까닭에 한 달에 한번 어머니를 면회하는 특권조차 빼앗기고 독방에도 서너 번 들어가서 남들이 다 가출옥을 당할 때에 그것도 못하고 이년 팔 개월의 형기를 날수대로 다 채우고야 나왔다. 원체 다급하면 뛰지를 못하고 펄씬 주저앉아서 엉덩이만 들썩거린다는 것도 근리한 말이다. 그 날의 ‘오빠’와 오늘날의 ‘오빠’가 말은 꼭 같은 말이다. 꼭 죽어 누웠으려니 했던 형이, 저렇게 머리 곱게 빗고 새옷 깨끗이 입고, 열어 논 건넌방 앞문 문지방을 짚고 나서지를 않느냔 말이다. 수양버들이 머리 위에서 간지럼을 피우는 걸로, 그들은 버들 포기 밑에 온 것을 아는 것이다. 하고 나선다. 그들은 시방 이 변이 생긴 집에 다시 전에 못 보던 인물이 나타난 것이 새로운 흥미이기도 하던 것이다.


그들은 동지도 되었다, 부녀도 되었다, 남매도 되었다. 그러나 많은 작품에서는 그것이 엉성하게 통일성을 결하기가 일쑤인데, 이 작품에서는 멋들어진 연출로 훌륭하게 통합되어 있어, 브라질영화의 명성을 국제적으로 과시한 최초의 걸작의 하나가 되었다. 과실은 아니요 불가항력을 불가항력이었으나, 남편 준호를 여의고 삼십 안에 과부가 되었다. 그리하여 박씨부인은 며느리가 어제 석양에 준호를 꾀어난장 구경을 보내 놓고는 아무도 없는 새 만단 준비를 하여 두었다 밤 늦어 시장해 돌아오기를 기다려 비상 같은 것을 탄 음식을(입술이며 입안이 상하지 아니한 것을 보아 양잿물이 아니요, 정녕 비상을 탄 음식을) 가져다 안긴 것이요, 그러고도 안심이 아니 되어 골마리에다 바늘을 꽂아 뒤치락거리는 바람에 배꼽으로 꽂혀 들어가게 한 것이요 하다는 결론을 얻어 내었다. 하여 공동위원회의 지시에 따라 사용된다. 인순은 어린 동생에게 대하는 듯한 애정과 불쌍한 마음으로 순영의 등을 어루만졌다. "이 어린 싹을 누가 밟으면 어떡해요, 다치면 어떡해요? "두 분 새를 누가 알아요? 십 분! 이십 분 굳게 닫힌 쇠문은 열려질 가망조차 없는 듯하였다. 것만도 만석이 넘거니와 그가 가지고 있는 주권과 현금에 비기면 그것은 몇 십 분지 일도 안될 만큼 큰 부자다. 『예술가는 자기의 감정을 소중히 한다는 말을 들었지만 참된 것은 자기 감정에 의 영합(迎合)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성에의 복종에도 있읍니다. 사실 아닌 사실로 오 년 동안이나 지리한 철창 생활을 한 것은 이 여자의 때문이 아니었던가. 쓰리고 아픈 실련(失戀)의 화살을 심장 속 깊이 박아준 여자도 이 여자가 아니었던가. 하고 이상한 용기를 내어 병식이와 여러 동무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나서기는 했건만, 계숙이가 아무리 활발해도 여자 의 마음이라, 처음 들어가서 사나흘 동안은 얼굴이 잘 들리 지 않았다. 그놈만 죽여 없애고 보면 큰일은 대번에 성공하겟으니 노형이 이 일을 한번 하겠다면, 내가 일본서 돌아올 때 일본에서도 유명한 보검을 한 자루 사왔는데 이것을 가지고 큰 용기를 내보시겠소? 『오빠, 어떻게 하면 내가 오빠를 도와 드릴 수가 있겠수? 복도 가운데 서보았으나 몸을 유지할 수가 없어서 그는 허턱대고 걸어 본다. 어제까지도 저는 허심탄회에 가깝도록 선생님을 돌려 보낼 수가 있었는데… 『문학하는 학생들이 선생님을 모시고 좌담회를 연다고 그래서 같이 나가 셨어요. 그래서 미리 속죄 를 받으려는 듯이 용서를 빌었던 것이다. 이 별안간에 지은 흰 세상을 노래하는 듯이 바람이 인다. 들쭉나무로 울을 지은 조약돌을 깐 길을 미는 듯이 올라와 중문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가장 힘드는 고역이나 치른 것같이 털털 쇄쇄하며 가쁜 숨을 내어쉰다. 황금으로 지은 으리으리한 사랑의 궁전! 할리우드적 관습을 버리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이용한 이 영화의 접근법은 분명 아직도 낭만적인 사랑의 각본을 믿고 싶은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이 영화가 친근하게 다가가는 데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식모가 나서서 말대답을 했어야 할 것이지만, 이 낯선 사내사람을 경계하느라 비실비실 몸을 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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